이주민에 대한 수용성관련
관심인 듯 관심 아닌 간섭
한 여성결혼이민자가 동생의 문제를 상담하기 위해 사무실을 들어섰다. 두 달 정도 전에 아기가 돌이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 친구 배는 임신 7개월 정도로 보였으며 둘째를 가진 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임신여부를 물어보았다. 그런데 임신이 아니라고 하였다. 순간 노파심으로 복부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며 둘째 임신도 힘들 수 있고 나이가 들면 관절에도 무리가 갈 수 있으니 살을 꼭 빼야 한다고 얘기 했다. 그런데 이 친구 씨익 웃으며 한마디를 하는 것이 였다. 한국사람들은 자기 배를 보고 센터장님처럼 임신이냐고 물어보고 아니라고 하면 다 살빼라고 한다는 것이였다. 아차 싶었다. 이주민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매번 떠들고 다니던 내가 관심 아닌 간섭을 했던 것이다.
이러한 불편한 간섭은 다문화가족에 대해 지나친 관심과 배려를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김치와 된장찌개를 잘 먹는 여성결혼이민자를 보고 “한국사람 다 됐네”, 다문화가족 모두가 국제결혼 중개업으로 결혼을 했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남편하고 어떻게 만났어? 나이차이는 많이 나? 남편은 뭐해? 애기는? 친정은 좀 도와주나?”등의 질문을 하며 가난한 나라에서 시집 온 불쌍한 여성을 동정하는 뉘앙스를 깔고 관심을 빙자한 사적인 질문을 하여 불편한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질문과 아울러 나이가 어려서일 수도 있지만 외국에서 왔다는 이유로 쉽게 반말을 듣기도 한다. 택시를 타거나 상점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반말은 기본이라고 한다. 실제 다문화가족과 연계된 일을 하는 많은 사람들도 다르지 않다. 한국사회에서 제일 무서은 계급이 ‘나이’라고 하지만 아이의 엄마이고 이미 성인인데 쉽게 반말은 하는 것은 예의를 중요시 하는 우리정서에 정말 위배되는 행위가 아닐까하고 생각한다.
결혼을 해서 이주한 여성들은 이미 한국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입국하며, 한국사회에서 뿌리를 내리고 정착을 하려고 온 사람들로 그냥 한국사람인 것이다. 한국인의 조건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김치를 먹고 독도를 우리땅이라고 주장해야만 한국인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국제결혼가정의 형성유형을 보면 비다문화가족처럼 연애, 중개, 지인의 소개, 종교적인 이유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가정을 이루게 된다. 그냥 한국사회 구성원으로 편하게 대했으면 한다.
다문화가족의 다수가 사회.경제적지위의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음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사회의 관심도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간섭 아닌 관심으로 우리사회의 모든 이들이 존중받는 성숙한 사회분위기가 구축되며 다문화가족 구성원이 처해 있는 불편한 진실이 을미년 봄 꽃샘추위와 함께 멀리 사라지길 기원해본다.
2015. 3월 경남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